Eteron Ex.14 Kye(系)
버려진 일상의 사물로 구성된 독립된 계 안에서 끊임없이 순환하는 물과 전기회로 2024 80 x 100 Inch (2 x 2.5 m) Kye(系)는 일상의 사물들로 구성된 인공 생태계다. Kye의 독립된 생태계 내에서 물과 전기 회로는 복잡하게 상호 연결되어 끊임없이 순환한다. 이 작품의 핵심은 순환되는 물의 어느 부분에서도 넘치거나 고갈되지 않는 평형상태를 지속시키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 작품에 사용된 사물 간에는 실시간 소통이 필요하다. 소위 ‘객체지향 오케스트라,’ 혹은 ‘사물 오케스트라’라고 불리는 일상 사물들의 협연에는 그것을 관리하는 중앙의 지휘자가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일상의 사물들이 자신과 연결된 이웃 사물들과 실시간으로 상호작용하여 의사결정을 내린다. 이러한 분권적 형태의 소통이 거시적으로 작품 전체에 평형상태를 가져오고 결국 Kye라는 독립된 순환 생태계를 만든다.
Kye에 사용되는 사물의 배치는 많은 경우 그 자체로 논리회로의 역할을 한다. 실제로 수압에 의해 물을 흘려보내고, 쇼트서킷의 위험 없이 전기가 흘러야 하는 Kye의 특성상 작품에 사용되는 사물들의 시각적 배치는 과학적 원리에 위배됨 없이 합당해야 한다. 이렇게 수많은 논리회로로 구성된 Kye는 일상의 사물로 이루어진 하나의 연산장치 즉 컴퓨터이다. 소위 미디어아트라 불리는 수많은 작품이 즐비한 가운데, 구체적인 프로그램이나 인공지능을 사용하지 않고 지극히 일상적인 사물을 이용해 만든 이을의 ‘컴퓨터’는 복잡계적으로 구성된 우리의 사회 역시 지속 가능한 순환을 목표로 구동되는 하나의 연산장치, 하나의 유기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다시 한번 단수와 복수 사이의 경계를 흐리는 그의 단어 ‘Eteron’의 좋은 시각적 예시가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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