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HERE
PRACTICE #2 나는 죽어서 말 없는 소나무가 되기로 결심했다. 원치 않는 태어남, 거역할 수 없는 시간의 흐름, 몸과 마음의 병, 그리고 죽음. 삶이란 벗어날 수 없는 고통의 연속임을 깨닫게 된 후로, 나의 반복되는 예술과 종교 수행을 통해 도달하고 싶은 목표는 언제나 단 하나였다. 영원히 죽는 것. 영원토록 이어지는 윤회를 끊어내어, 이 고통스러운 세상에 다시는 태어나지 않기를 빌고 또 빌었다. 그러나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나'를 해체하는 수행을 거듭할수록, '나'와 '너'를 구분 짓는 경계란 것이 너무도 무의미함을 느꼈다. 마침내 타인의 아픔이 나의 아픔으로 느껴지기 시작할 무렵 나는 완전히 결심했다. 의도적으로 영원한 윤회를 거듭함으로써 벗어나고 싶던 이 세상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고통받는 이들의 곁을 지키기로. 그러니 부디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이여, 당신이 이곳에 머무는 한, 저 또한 이곳에 머물러 그대의 깊은 고민과 슬픔을 위로할 수 있도록 해주십쇼. 모두가 언제든 찾아올 수 있는 볕이 잘 드는 공간에 저를 그 어떤 관도 없이 묻어주십쇼. 그리고 그 위에, 생명을 가진 존재 중 가장 항상 하다고 여겨지는 소나무의 씨앗을 심어 주십쇼. 그리고 제가 환생을 하는 49일 동안 이 씨앗에 저의 혼이 안전하게 안착할 수 있기를 비는 제를 올려주십쇼. 그러면 저의 죽은 육신으로부터 새로운 나무 육신이 피어오를 것입니다. 나무로 환생한 저의 모습을 보며 저의 죽음이 오늘 그대의 살아있음과 맞닿아있음을 느끼신다면 그대여 부디 온갖 고통을 뛰어넘어, 다시는 이 세상에 태어나지 않을 부처가 되소서. 아래에는 이 작업이 시행될 날짜(나의 사망일)과 장소, 그리고 저를 대신하여 이 작업을 이행해 줄 작가를 적는 공간을 남겨놓았습니다. 저에게 이 작업은, 이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적기 위해 살아있는 동안 끊임없이 나의 죽음을 떠올려야만 하는 괴로운 수행이 될 것입니다. 대리 이행 작가 : 작업 시작일 : 작업 공간 : 추신) 나무 몸을 가진 제 앞에서 아무리 제 이름을 부른다 하여도, 저는 묵언수행 중일 터이니 대답하지 않을 겁니다. 멀리서 와주신 손님께 저지르는 저의 무례에 미리 양해를 구합니다. 이 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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