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xquilogy (적스퀼러지) 「명사」
은폐된 적을 드러내는 언어에 대하여 Work Index
2023 - Juxquilogy Ex.1 카르마 서클 - Juxquilogy Ex.2 연쇄 탁자 - Juxquilogy Ex.3 질식 - Juxquilogy Ex.4 주차된 사람 - Juxquilogy Ex.5 구토 - Juxquilogy Ex.6 싱크로나이즈드 - Juxquilogy Ex.7 - Juxquilogy Ex.8 기는 사람들 - Juxquilogy Ex.9 녹는 사람들 2024 - Juxquilogy Ex.10 제작 실패 작가 노트
2024년 1월 2일 프로그래밍에서 사용하는 흥미로운 용어 중 하나는 Memory Leak이다. 분명히 존재하는 데이터이지만 그것이 머물고 있는 메모리의 주소를 잃어버리게 될 때 우리는 영영 그 데이터에 접근할 수가 없게 된다. 이를 Memory Leak, 다시 말해 메모리에 누수가 났다고 말한다. 우리의 삶에도, 분명 존재하지만 부를 수 있는 적절한 말이 없어 인식되지 않는 것들이 있다. 나의 단어 만들기는 이처럼 누수가 난 존재들을 찾아 그들을 지칭할 적절한 주소를 부여하는 일과 같다. 나는 지극히 도덕적인 모습으로 위장하여 우리 사회를 은밀하게 잠식해 나가는 불쾌한 시대정신을 드러내기 위해 Juxquilogy라는 단어를 만들었다. 한국에는 지난 몇 년간 한 사람을 향해 퍼붓는 집단적인 사이버 불링으로 인한 자살이 끊이지 않고 있다. 타인에 대한 습관적 혐오와 캔슬 컬처 등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낸 이 경직된 사회 분위기는 특히 ‘공동의 선’이라는 가상의 목표가 생길 때 더욱 극심해진다. 가령, 담배는 건강에 해로우니 온 동네의 흡연구역을 폐쇄하자는 파시즘적 발상이나, 바이러스가 창궐하니 백신 미접종자를 공동체에서 배제함이 옳다는 논리가 가능해진다. 나는 이와 같이 폭압적인 공동체의 논리와 부조리한 도덕의 프레임 안에서 고통받는 우리들의 모습을 재현해 Juxquilogy 연작을 구성한다. 깨끗한 것이 더 이상 깨끗해 보이지 않고, 도덕적인 것이 되레 불쾌하게 느껴지는 것. Juxquilogy를 제작하는 데 있어 가장 염두에 둔 것은 바로 ‘가치의 역전’이다. 이를 위해 나는 전혀 새로운 방식의 아브젝시옹을 시도한다. 보통 배설물이나 피처럼 그 자체로 혐오적인 소재를 활용한 키키 스미스나 신디 셔먼과는 달리 나의 아브젝트에는 순백의 방역복을 입은 마네킹, 흰색의 페인트, 알록달록한 색 풍선 등이 등장한다. 그러나 이와 같이 혐오와는 거리가 먼 재료들은, 오늘날 경직된 공동체의 면모를 미러링하고 있는 마네킹들의 기괴한 행동과의 대조 속에서 그 불쾌감이 역설적으로 증폭된다. 기분 나쁜 청결함과 탈출하고픈 도덕감. 혐오스런 소재 없이 발생하는 이 불쾌함의 근원을 찾아가는 심리적 과정 속에 우리 사회의 은폐된 적 ‘Juxquilogy’가 드러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