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eron (에테론) 「명사」
분별을 지우는 언어에 대하여 Work Index
2021~2023 - Eteron Ex.1 조응 (The Lovers, The Unconditional, Time Doesn't Stop and My Heart Rewinds) 2022 - Eteron Ex.2&3 이것이 있기에 저것이 있고, 이것이 있기에 저것이 있고 - Eteron Ex.4 +1-747-319-4822 - Eteron Ex.5 And Vice Versa - Eteron Ex.6&7 Hamb, Urger - Eteron Ex.8 보는 사람들 - Eteron Ex.9 너 되기 2023 - Eteron Ex.10 I Am I Am I - Eteron Ex.11 The Narcissist (廻光返照) - Eteron Ex.12 Dan S. Elvis - Eteron Ex.13 거인의 어깨 위에서 (인류라는 이름의 거대한 에테론에 관한 연구) 2024 - Eteron Ex.14 Kye(系) - Eteron Ex.15 Chicago 작가 노트
2023년 9월 1일 5, 4, 3, 2, Eteron, 1 1과 2 사이에 또 하나의 정수가 있다면 어떨까. 수학에서는 불가능한 이야기지만, 나는 ‘나’에서 ‘너’로 넘어가는 과정에 끼어있는 가상의 존재론적 정수를 상상해 본다. Eteron은 우리 사회의 경제 양극화 문제를 언어적 차원에서 해결해 보려는 시도에서 출발한다. 모든 인류가 풍족하게 살 수 있는 충분한 양의 자원에도, 어느 한쪽엔 엄청난 양의 음식, 에너지, 물자의 낭비가 있고 다른 한쪽엔 가난과 굶주림이 공존한다. 나는 어느 날 문뜩 “소유란 근본적으로 남과 나를 구분 짓는 분별에 기반한 개념이 아닌가” 생각했다. ‘나’라고 구분 지을 대상이 없어진다면 그로부터 파생되는 ‘나의 것’이라는 말 역시 불가능해진다. 이 점에서 Eteron 연작은 우리가 서로를 명확하게 구별하던 종래의 언어적 관습을 근원적으로 뒤흔드는 체험들로 구성된다. 나는 증여와 선물에 기반한 아메리칸 인디언들의 포틀래치 경제에서 영감을 받아 <Eteron Ex.5 And Vice Versa>를 만들었다. 작품은 두 개의 서로 다른 갤러리에 동시 설치된다. 각 공간에는 전등과 스위치가 매설되는데 그들의 짝이 서로 뒤바뀌어 있다. 다시 말해, A 갤러리의 불은 B 갤러리에서 켜고 끄며, B 갤러리의 불은 A 갤러리에서 관할하는 것이다. 자신에 대한 주도권을 타인에게 넘김으로써 발생하는 두 공간의 소통 속에서 ‘나의 것’과 ‘너의 것’은 모호하게 중첩된다. 서로 다른 둘이 하나로 중첩되는 경험을 넘어서, Eteron 연작은 12번째 작품을 거치며 '나'라는 하나의 단일체 역시도 낯선 타인처럼 분리되어 인식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작품 <Eteron Ex.12 Dan S. Elvis>에서는 누군가 Dan S. Elvis라는 가명을 사용한 채 미술관을 걸어 다니고 있다. 작품 참여를 희망하는 관객은 문자메세지로 Dan을 찾기 위한 스무 개의 질문을 보낼 수 있다. 질문과 힌트에 기대어 관객은 Dan을 찾으러 다니지만, 그들이 찾아다니는 Dan S. Elvis는 사실 다름 아닌 그들 자신(Themselves)이다. 이와 같은 Eteron 연작들에서 우리는 어디까지가 나이고, 어디서부터 너라고 부를 수 있게 되는가. 기존의 언어로는 기술하기 어려운 너와 나의 모호한 경계 사이에서, Eteron은 우리가 이전까지 인식하지 못했던 새로운 형태의 존재에 대한 질문과 담화를 만들어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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